유망하다고 무턱대고 투자하면 안되는 나라
학계와 기관에서 발행하는 시장 리포트에는 유망하고 긍정적인 내용들이 가득하다. 주기적으로 열리는 세미나나 설명회에 참석해보면 이 시장이 앞으로 얼마나 크게 성장할지에 대한 기대감 어린 설명이 주된다. '저렴하고 풍부한 노동력', '아직 계발되지 않은 지하자원',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은 흔히 에티오피아를 수식하는 수식어다.
학계와 기관에서 하는 이런 말만 들어보면 당장이라도 에티오피아에 투자하여 시장을 선점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에티오피아에 투자하는 것은 과연 장밋빛 미래만 있을까?
기업의 존속 이유는 명확하다. 수익 창출이다. 기업은 학계와 공공 기관과는 다르게 수익을 창출해야지 새로운 투자도 할 수 있고 직원들 월급도 줄 수 있다. 따라서 학계와 공공 기관과는 다르게 투자에 접근하는 데 있어 더 신중할 수밖에 없다. 학계와 기관에서 가능성과 긍정적인 면을 보여준다면, 기업은 그 면 뒷장에 있는 한계점과 부정적인 면도 같이 보아야 한다.


에티오피아 내 기업을 운영하고 있으신 한국, 중국분들께 들은 대표적인 어려움을 네 가지로 추려보았다.
① 원자재 수입의 어려움
에티오피아는 만성적인 외화 부족을 겪고 있다. 에티오피아 내 모든 외환 거래는 중앙은행(NBE, National Bank of Ethiopia)의 통제를 받고 있다. 수입을 위한 신용장(L/C) 개설, 대외 송금 모두 중앙은행(NBE)의 허가 하에 이루어질 수 있다. 허가 없이는 신용장 개설과 송금은 일체 불가하다. 참고로, 에티오피아는 모든 수출입이 신용장(L/C)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
문제는 현재 만성적인 외화 부족으로 중앙은행이 신용장(L/C) 개설 허가를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중앙은행(NBE) 2021년 12월 수입 우선 품목에 외환을 우선 할당하는 정책을 도입한바, 이에 따라 각 은행은 외환 할 당시 최소 50%를 우선순위 품목에 할애해야 하며, 우선순위가 아닌 품목들에 대해서는 신용장(L/C) 개설 중단을 요청하였다. 우선 품목은 1순위(의약품, 식용유 원자재, LPG), 2순위(농업용 자재, 제조업 투입 재), 3순위(엔진오일, 농업용 기계류, 의료용품 및 장비, 유아용 영양식품 등 10종)이다.
2023년 3월 현지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우선순위에 포함되어 있음에도 은행별로 월 신용장(L/C) 개설 가능 한도가 초과되어 몇 달이 지나서야 신용장(L/C) 개설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일 년 이상 기다리는 업체도 보았다.
투자하여 공장을 세웠다고 치자. 모든 원자재를 에티오피아 내에서 구할 수 있는가? 당연히 그럴 수 없다. 원자재 상당 부분은 수입해 와야 할 것이다. 필수 원자재 수입이 안 되어 공장을 멈췄다고 생각해보자. 기업 입장에서는 단순히 해당 기간 매출이 일어나지 못했다는 차원이 아니다. 매출은 없음에도 직원들 월급은 줘야 하고, 공장 유지 보수도 해야 하고 이자도 내야 한다. 이는 모두 손실이다.
② 정권 교체에 따른 리스크
개발도상국 대부분이 공유하고 있는 문제일 것이다. 개발도상국은 아직 제도화되지 않은 부분이 많기에 사업을 위해 현지 정부와의 강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정치권 인사들과의 인맥을 통해 안되는 문제를 해결하기도 하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얻기도 한다. 이런 개발도상국은 정권 교체에 따른 정부의 정책 변화가 극심하다.
전 정권에서 약속해준 것을 새로운 정권에서 약속해준다는 보장은 없다. 정부 주요 요직 사람들과 돈, 시간을 들여 좋은 관계를 만들어 놓아도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 무용지물이다. 새로운 정권에서 전 정권의 흔적을 없애고 싶어 하는 경우, 전 정권과의 진행했던 모든 사업이 백지화될 수도 있다.
내가 만났던 한 중국 업체는 하일레 마리 암 데 살엔(Hailemariam Desalegn) 정권으로부터 아디스아바바 인근 부지에 주택 개발을 위해 허가 받은 용지가 있었다고 한다. 주택 단지 개발을 위해 모든 준비를 해놓아 삽만 파면 되는 상황이었으나, 2018년 아비 아머드(Abiy Ahmed) 총리가 정권을 잡고 나서 일방적으로 무산되었다고 한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사업을 개발하기 위해 투입한 인력과 자본이 있는데, 이 모든 것이 무산되었다면 이는 손실이 아닐 수 없다. 해당 사업을 개발하기 위해 투입한 인력을 다른 사업에 투입하고, 투입한 자본을 다른 곳에 투입하였다면 수익을 냈을 수 있다.
③ 수익금 회수의 어려움
투자가 잘 되어 수익이 발생했다고 치자. 투자 후 기업은 응당 수익금을 회수하고 싶을 것이다. 만약 공동으로 한 투자라면 배당금을 요구할 것이다. 문제는 에티오피아 중앙은행(NBE)의 외환 송금 통제로 수익과 배당금 송금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투자한 입장에서 현지에서 공장을 돌려 수익을 창출하더라도, 본사로 투자금 회수를 하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 문제는 현재 진행 중인 외화 부족 사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장을 돌리는 것부터가 어려운데, 돌려서 수익을 창출하더라도 이를 회수 할 수 없는 것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자금이 돌아야 기업이 운영된다. 운용 될 자금이 넉넉히 있는 기업이라면 다행이지만, 당장 운용할 자금이 필요한데 투자한 자산에서 수익금이 들어오지 않아 자금이 경색 될 경우, 기업 경영에 치명적인 리스크가 될 수 있다.
④ 엑싯(Exit)의 어려움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기업이라면 당연히 투자를 검토하는 데 사업 엑싯 플랜(Exit plan)도 같이 검토할 것이다. 모든 사업은 수익을 내고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 특히나 리스크가 큰 에티오피아와 같은 국가에 투자할 때 엑싯 플랜(Exit plan) 검토는 더 치밀해야 한다.
에티오피아 현지에서 기업 하시는 분들에게 들어보면 에티오피아에서 사업 엑싯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사업체를 현지에 매각하고 나온다고 치자. 매입자가 다른 나라 기업이어서 매각 대금 회수라도 원활하면 다행이다. 현지 업체에 매각하는 경우 현지에서 획득한 매각금을 본국으로 회수하기 어려울 것이다. 에티오피아 정부의 기업 매각 승인도 나올지 확실하지 않다.
이뿐만 아니다. 현지에서 기업을 운영하시는 한 분에 따르면, 현지에서 사업을 종료하고 철수하려는 기업들에 에티오피아 당국에서 각종 세금을 과도하게 부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런 세금을 다 처리하고 가면, 빈손으로 돌아가야 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기업들이 있다.
이러한 부정적인 면만 있다고 에티오피아 투자를 마냥 기피해야 할 것은 아니다. 면밀한 리스크 검토와 현지에서 기업 하시는 분들의 현실성 있는 조언을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자료 출처]
https://nbebank.com/wp-content/uploads/pdf/directives/forex/fxd-77-2021.pdf
https://www.kiep.go.kr/aif/businessDetail.es?brdctsNo=343306&mid=a30400000000&search_option=&search_keyword=&search_year=&search_month=&search_tagkeyword=&systemcode=05&search_region=&search_area=¤tPage=1&pageCnt=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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