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수출 일등공신, 커피
에티오피아는 농업 기반 경제에서 고부가가치 농가공업, 제조업 경제로 탈바꿈하려 노력하고 있으나, 아직도 외화획득과 대외 수출품 중 농산물 비중이 절대다수인 경제 구조로 되어 있다.
아래는 미국 상무부(ITA)의 에티오피아 관련 문서에 보면 20년 에티오피아 수출액 상위 5대 품목 대부분이 농산물인 것을 볼 수 있다. 1위는 커피로 전체 수출품의 25.1%를 차지하였고, 그다음으로 금이 18.6%, 화훼가 13%, 참깨와 같은 유지 종자가 11.5%, 선진국을 포함한 대다수의 나라에서 마약류로 규정하고 있는 카트가 11.1%, 콩과 같은 두류가 6.5%, 가죽과 가죽제품이 1%로 뒤를 잇고 있다.
커피 수출은 에티오피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외화 획득원이다. 현재 에티오피아 내 대부분의 수출입 업체가 원자재 수입을 위한 외화 획득을 위해 커피 수출에 뛰어든 상황이며, 정부도 만성적인 외화 부족 사태를 타파하기 위해 커피 수출을 장려하고 있다. 내가 만나본 대부분의 수출입 업체, 심지어 커피와 전혀 상관이 없는 화학과 건설 업체도 모두 원자재 수입을 위해 커피 수출에 뛰어든 상황이었다.
에티오피아는 아라비카 커피의 원산지로, 세계에서 7번째로 큰 생산지이자, 아프리카에서는 그 생산량이 가장 많다고 한다. 에티오피아에 커피 재배가 발전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첫 번째로, 평균고도 약 1,300~1,800m, 연 강수량 1,500~2,500mm, 평균 기온 15~25도로 커피를 재배하는 데 최적의 환경을 가지고 있다. 자연환경뿐만 아니라 오랜 커피 재배 역사가 있어 커피 농가들이 대대로 가지고 있는 재배 노하우가 있다고 한다. 매년 10월에서 이듬해 4월까지가 수확 철이다.
커피의 종류는 생산지에 따라 이름이 결정된다. 커피 애호가들에게 잘 알려진 짐바, 리무, 베베카, 테피, 레컴티, 예가체페, 시다모, 하라, 발레 모두가 에티오피아 커피 이름이자 이 커피들이 생산되고 있는 지역명이며, 여기에 생산방법과 가공 방법에 따라 그 맛과 향이 매우 다르다고 한다. 아래는 지역별 커피 종류 구분이다.
커피 생두는 가공 방법에 따라서도 분류된다. 주로 세가지 방법이 흔한 것으로 보이는데, 물을 사용하여 과육을 완전히 벗겨 가공하는 워시드(Washed) 방식, 과육을 벗기지 않고 자연 건조하여 가공하는 내추럴(Natural) 방식, 과육을 일부만 벗겨 점액질을 생두에 스며들게 하는 방식인 허니 (Honey) 방식이 있다. 각 방식별로 장단점이 있어, 이는 커피 수요가의 필요에 맞게 가공된다.
에티오피아에서 생산된 커피는 다양한 방식으로 유통된다. 글로벌 카페 프랜차이즈들과 커피 유통사들은 현지에서 안정적인 커피 소싱을 위해 구매 사무소를 운영하여 농가와 직접 계약하여 공급받고 있다. 이 외에도 에티오피아 내에는 수없이 많은 커피 수출업체가 있다. 가장 흔한 수출품이다 보니 너도나도 할 거 없이 모든 업체가 커피 수출에 뛰어들어 있는 상황이며, 실제로 찾아가 보면 작은 사무실 한편에 책상과 의자 하나만 놓고 운영하는 업체들도 태반이다.
제법 규모가 있는 업체들은 자체 가공 공장과 창고를 운영하며 농가와 직접 계약하여 커피를 공급받고 가공하여 수출한다. 규모가 안되고 농가와의 커넥션이 없는 군소 업체들의 경우 보통 ECX (Ethiopia Commodity Exchange)라고 불리는 거래소를 통해 커피 생두를 소싱한다. ECX에 대한 설명은 다른 글을 통해서 하겠다. 자체 가공 공장과 창고를 보유하지 못한 경우에는 가공 공장과 창고도 임대하여 사용하는데, 에티오피아 내 이러한 가공 공장과 창고가 다수의 운영되고 있다. 커피 수출이 에티오피아 정부 입장에서는 주요 외화 수입원이니 이러한 가공공장과 창고에 대해 정부에서 관리감독하고 있다고 한다.
커피는 일반적으로 4가지 등급으로 그 상품성이 구분된다. 1등급과 2등급은 고급 커피로 스페셜티 그레이드 (Specialty Grade)라고 불리며 주로 선진국에 카페 프랜차이즈나 커피숍으로 판매된다고 한다. 3등급과 4등급은 커머셜 그레이드 (Commercial Grade)라고 불리며 가공식품 재료나 개발도상국 향으로 주로 판매된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먹는 커피믹스는 이러한 커머셜 그레이드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한다. 당연히 커피 등급에 따라 가격도 차이가 크다.
1~4등급 안에 들지 못하는 오프 그레이드 (Off grade) 제품도 있는데, 이런 제품은 주로 에티오피아 내수로 유통되어 길거리 노점상이나 가정집에서 소비된다고 한다. 에티오피아인들은 하루에 보통 3~4잔의 커피를 마신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마시는 방법으로 에스프레소를 추출하여 마시는 것이 아닌, 전통 방식으로 마시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는 커피콩을 철판에 직접 볶아 가루를 내어 물과 함께 끓여 먹는 방식이다. 로컬 체험을 해보겠다고 이러한 노상 커피집에서 커피를 마셔보았는데 그다지 맛있지는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서울 대치사거리에 위치한 유명 커피숍 커피가 더 맛있다.
커피 품질은 공인 기관을 통해서 판별된다. 이러한 공인 기관에서는 커피 품질 판별을 전문적으로 하는 전문가들을 두고 운영하는데, 이런 전문가들을 커피 원두 상태와 로스팅 후 맛과 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등급을 매긴다고 한다. 종종 이런 전문 판별사들이 커피 생산자들과 유착되어 등급을 옳지 않게 매기는 경우도 있다고 하나, 이런 행위가 시장에 소문이 나면 업계에서 더 이상 활동하기가 어려워 대부분의 판별 사는 그럴 엄두도 내지 않는다고 한다.
흔히들 많은 이들은 생두와 원두라는 용어를 혼용하여 사용하나, 실제로는 차이가 있다. 생두는 그린빈 (Green Bean)이라고도 불리며 아직 열을 가해 로스팅하기 전의 초록빛이 도는 커피콩 상태를 의미한다. 반면, 원두는 로스티드빈(Roasted Bean)이라고 불리며 로스팅을 거쳐 우리가 흔히 아는 갈색빛이 도는 커피콩 상태를 의미한다. 로스팅하기 전 생두에는 우리가 흔히 아는 커피의 맛과 향이 없다.
에티오피아에서 수출되는 커피의 대부분은 생두 상태이며, 극히 일부만 원두 상태로 수출된다. 수출된 생두는 선진국에 위치한 로스팅 시설에서 로스팅되어 유통되고, 우리의 아침을 깨우는 커피 한잔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