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생각들

한국인들은 정말 피곤하게 산다

Oh Ali 2023. 5. 14. 09:49

20살 때부터 여러 나라에 살 기회가 많았다. 군 복무할 때는 레바논에 파병을 갈 기회가 있었고, 복학한 이후에는 미국에서 교환 학생, 이집트에서 인턴 생활, 그리고 지금은 사내 연수 프로그램으로 아프리카 여러 나라들을 돌아다니고 있다.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접하게 된 경험이 나에게는 정말 큰 자산이다.

우리나라는 정말 살기 좋은 나라다. 삶의 질 면에서는 그 어느 나라에 뒤처지지 않는 것 같다. 아무리 소득이 적고 사회적 지위가 낮더라도 최소한 인간의 삶은 보장받고 사는 나라가 우리나라인 것 같다. 우리나라 사회에도 수많은 문제가 상존하고 있음에도, 이는 그 어떤 사회나 마찬가지다. 문제가 없는 완벽한 이상적인 사회란 허상이다.

우리나라가 아무리 성 불평등이 심하다고 한들, 지구 반대편 어떤 나라에서는 여성이 본인 결혼 할 상대를 직접 고르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나라가 빈부격차가 아무리 심하다 한들, 지구 반대편 어떤 나라의 가난한 아이들은 부자 동네에서 나온 쓰레기 봉지를 뒤져서 끓여 먹을 식재료를 찾고 있다. 우리나라가 아무리 권위주의가 심하다고 한들, 지구 반대편 어떤 나라에서는 개인이 목소리를 내는 것에 본인 가족의 안위를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물론, 이런 나라들과 비교하여 우리나라가 최고라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모든 사회는 상대적이고 우리 사회는 상대적으로 좋은 위치에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우리 사회가 여러 방면에서 타 사회보다 보다 앞서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출산율은 뒤에서 1위라는 것은 정말 아이러니하다. OECD에 속한 나라들이 선진 사회의 나라들인 점을 고려하여 전 세계를 기준으로 보아도, 2019년 WHO 발표 자료에 따르면 자살률은 183개 국가 중 13위, 출산율은 183위인 점은 놀랍다. 아이는 안 낳고 스스로 목숨 끊는 이들은 많은 독특한 사회인 것이다.

무엇이 우리 한국인들을 스스로 목숨을 끊게 만들고, 더 이상 아이는 낳지 않게 만든 것일까? 경제적인 이유일까? 사회 제도적인 문제일까? 물론 이런 부분도 중요한 원인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우리 사회의 문화에서 답이 있는 것 같다. 바로 뿌리 깊게 얽혀있는 '비교 문화' 말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너무 높은 기준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이에 미치지 못할 경우 '패배자'라는 인식이 만연하다. 고등학교 때부터 선생님들은 인서울은 해야 사람 대접 받고 산다고 학생들을 세뇌한다.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연봉을 많이 주는 대기업이나 안정적인 공무원을 해야지 성공했다고 해준다. 지방 대학을 가거나 중소기업을 간 이들은 가족 모임과 친구 모임에서 패배자가 된다. 

사회생활을 시작해서도 비교는 계속된다. 집은 수도권 아파트에 전세로는 들어가야지, 결혼은 고급 호텔에서 어느 정도는 써야지, 차는 어디 브랜드 어느 급은 타야지, 애를 키울 때는 육아용품은 이 정도는 써 야지를 너무 당연한 기준으로 들이밀고 있다. 이를 이뤄내지 못한 이들은 어디 가서 떳떳하게 말하지도 못한다. 자연스럽게 패배자가 되는 것이다.

특히나 한국 젊은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이런 비교에 길들어 살아와서 그런지, 남들과 비교를 통해 일명 '평균 올려치기'가 만연해 있다.

친구가 기념일에 비싼 오마카세를 먹었다면 기념일에 그 정도 소비하는 것은 당연하다 생각한다. 데이트에 몇십 만 원씩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것이 된 지 오래다. 남들이 일 년에 한두 번씩 해외여행을 가니 본인도 당연히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5성급 호텔 방을 빌려 친구들과 근사한 파티를 하고 SNS에 찍어 올린 사진을 보며, 나도 저런 추억은 사진으로 남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회사 동료가 서울 시내 호텔에서 몇천만 원을 들여 결혼한 모습을 보고는 본인도 이 정도는 해야 체면이 선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끊임없이 남들과 나 자신을 비교하는데 길들여 있고, 남들보다 뒤떨어져 있다고 생각하면 이를 채우기 위해 애를 쓴다. 물론 무리해서라도 말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스트레스를 받고 내가 남들보다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사회 전체에 만연해 있는 큰 스트레스다.
 
그렇다면 과연 올려치기 된 평균에 맞게 살 여력이 있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사회 대부분의 사람은 저 기준에 맞추지 못한다. 일반 인문계고 기준으로 한 반 35명 중에 인서울 대학에 갈 수 있는 친구들은 반에서 2~3명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인서울 대학 친구들은 다들 대기업을 들어가는가? 내 대학 친구 중에 대기업이 아닌 곳에 입사하여 다니는 친구들도 꽤 있다. 말을 안 할 뿐이지. 비싼 자동차, 호텔 결혼식, 수도권 아파트 전세, 비싼 육아용품을 지불할 능력은 모두가 될까? 그렇지 않다. 20~30대 젊은이들이 특별한 능력이 있지 않는 이상, 일반적인 임금으로는 지불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결국은 미래의 자산을 끌어다 쓰거나 부모님 손을 빌리는 방법밖에 없다.
 
해외에 나와서 보면 한국만큼 비교 문화가 심한 사회도 없는 것 같다. 물론 세상에는 수많은 나라에 서로 다른 모습을 가진 사회가 있으니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이슬람 다수 사회의 경우 공동체 문화가 강해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이탈하지 않기 위한 사회적 프레셔가 있긴 하나, 운명론 적인 문화가 있어 남들과 비교하기 보다는 있는 그대로 수긍하고 받아드리는 경향이 있다. 서양의 경우에도 속으로는 비교하고 있을지 몰라도 개인주의적 문화가 강해 서로의 삶의 영역에 침투하는 것을 꺼린다. 한국인 처럼 서로의 영역에 쉽게 침투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제 이런 비교와 평균 올려치기 문화를 천박한 문화로 치부하고 저 멀리 날려버릴 필요가 있다. 사실 이런 주장을 하는 내 자신부터 떳떳하지 않다. 나도 내가 끊임없이 비교하고 사회가 올려놓은 평균에 목매고 사는 것을 잘 안다. 우선 나부터 변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런 비교문화를 통해 사회가 발전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회 전체적으로 득보다는 실이 더 큰 것이 확실하다. 우리는 개인마다 형편과 처지가 다 다르고 각자의 삶의 방식이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타인의 삶의 영역에 침범 하지도 말고, 누군가 나의 영역에 침범해 올 때 흔들리지 않는 스스로의 기준을 가질 필요가있다.

이런 부정적인 문화를 다 같이 없애는 사회 운동에 시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런 문화만 걷어내도 우리 사회는 지금보다 훨씬  살기 좋은 사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