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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산다는 것은 다 그런 것 아닐까?

학교 다닐 때 나보다 공부도 더 잘하고 대학도 더 잘 간 친구가 있다. 그 친구가 자랑이 심하기도 했고, 내 자신이 워낙 시기 질투가 많은 성격이라 속으로 많이 미워했었다. 시간이 지나 거의 10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보면 그 친구보다 내가 더 잘 풀린 것 같다. 누가 더 잘 풀렸다는 이런 것을 내가 뭐라고 평가하겠냐 만은, 나는 흔히 말하는 더 잘 알아주는 곳에 일찍이 취업해서 자리 잡고 살고 있는 그 친구는 전문직 자격증 시험을 몇 년 준비하다 실패하고 인제 와서 취업을 준비한다고 들었다. 건너 듣기로 전문직 자격증 시험 준비만 하느라 취업 준비가 안 되어 현재 열심히 처음부터 하고 있다고 들었다. 대학 때 친했던 동아리 선배 중에 본인은 여자로서 결혼은 손해라며 절대 결혼하지 않고 독신으로 멋지게..

내가 사랑하는 마아디

어쩌면 짝사랑일지 모르겠다. 내가 사랑하는 만큼 마아디는 내게 늘 좋은 기억만을 주지는 않았다. 낯선 공기, 낯선 공간, 낯선 사람들 사이에 이방인으로 살면서 마아디는 늘 내게 따사롭지는 않았다. 때로는 낯설고 어려울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마아디에 정이 간다. 마아디를 처음 알게 된 것은 2018년이다. 그 해 여름 나는 카이로에서 인턴을 하기 위해 출국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인턴 근무지 근처에 집을 구해야 했다. 한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들을 나름 추려보니 3곳으로 추려졌다. 이 중에 마아디를 선택하게 된 것은 의도 된 일이 아니다. 당시에 어떤 분이 마아디에 같이 살 사람을 구한다는 말을 듣고 별로 따져보지 않고 그곳에 살기로 마음을 먹었다. 뿌연 잿빛 모래 먼지가 부는 카이로에 도착하여 ..

한국인들은 정말 피곤하게 산다

20살 때부터 여러 나라에 살 기회가 많았다. 군 복무할 때는 레바논에 파병을 갈 기회가 있었고, 복학한 이후에는 미국에서 교환 학생, 이집트에서 인턴 생활, 그리고 지금은 사내 연수 프로그램으로 아프리카 여러 나라들을 돌아다니고 있다.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접하게 된 경험이 나에게는 정말 큰 자산이다. 우리나라는 정말 살기 좋은 나라다. 삶의 질 면에서는 그 어느 나라에 뒤처지지 않는 것 같다. 아무리 소득이 적고 사회적 지위가 낮더라도 최소한 인간의 삶은 보장받고 사는 나라가 우리나라인 것 같다. 우리나라 사회에도 수많은 문제가 상존하고 있음에도, 이는 그 어떤 사회나 마찬가지다. 문제가 없는 완벽한 이상적인 사회란 허상이다. 우리나라가 아무리 성 불평등이 심하다고 한들, 지구 반대편..

다시 작은 것에도 설렐 수 있을까?

올해 한국 나이로 29살. 몇 달 후면 어김없이 30대의 반열에 오른다.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고 스스로에 묻는 것도 많다. 세상을 다 아는 것 같으면서도 모르는 것 투성이다. 그런데도 사회에서는 더 이상 어리다고 배려해 주거나 대접해 주지 않는다. 한두 살 많은 형과 누나 중에는 결혼하여 안정적인 가정을 꾸린 이들도 있다. 회사 연수로 지역전문가로 파견되어 아프리카 이 나라 저 나라를 돌아다니고 있다. 현지에 아는 사람이 많지도 않고, 해가 떨어지면 밖을 돌아다니는 것이 안전하지 않아 집에 혼자 있을 때가 많다. 혼자 있다 보니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여태까지 살면서 이렇게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가진 때가 있었나 싶다. 시간이 온전히 내 것인 느낌이다. 나이로비에서 내가 사는 아파트 옥상은 석양이..

우리의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동경의 대상이다

한류가 세계의 주목을 받는다는 것은 언론을 통해 익히 들었다. 미국 가정집 거실에서는 넷플릭스를 통해 한국 영화를 보고, 지구 반대편 케냐 젊은이는 아침 출근길에 한국 아이돌 노래로 아침을 깨운다. 세계 영화 시상식에서 상을 받은 한국 영화, 빌보드 차트 1위를 차지한 한국 노래는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한류는 이곳 아프리카에서도 큰 영향을 일으키고 있다. 우리나라의 영화, 드라마, 노래를 좋아하는 케냐 젊은 친구들이 상당히 많다. 넷플릭스와 같은 OTT 서비스를 통해 웬만한 한국 드라마는 봐왔고, 한국 아이돌 그룹의 최신 노래도 줄줄이 알고 있다. 가끔은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어서 놀라고 때도 있다. 대게 10~20대의 젊은 친구들이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다. 이 젊은이들은 한국 영화, 드라마, ..

르완다 키갈리 맛집 추천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 르완다. 르완다를 방문했을 때 갔던 곳 중 마음에 들었던 곳 몇 군대를 추천해보고자 한다. 지극히 내 주관적인 추천이다. 르완다 수도를 내려다보는 루프탑에서 식사하고 싶다면? Rooftop Rendezvous 위치 : Ubumwe Grande Hotel, KN 67 St, Kigali 메뉴 : 양식 위주 (커피 진하고 맛있어서 추천) 특징 : 르완다 수도 키갈리가 가장 잘 내려다 보이는 루프탑. 밤에는 작은 음악 공연도 한다고 함. 르완다 현지 음식이 먹고 싶다면? Repub Lounge 위치 : 16 KG 674 St, Kigali 메뉴 : 르완다 현지 음식 위주 (Ginger rice, Nyama Choma 추천) 특징 : 숲 속에 온 것 같은 외부 테라스에서 식..

요즘 우간다 사회 최대 이슈, 반동성애법 제정

요즘 우간다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대화 주제로 꼭 나오는 것이 반동성애법(Anti-gay law) 제정에 관한 이야기다. 거래처 직원도, 차량 운전기사도, 심지어 관공서 직원도 요즘 우간다에서 최대 이슈가 무엇인지 물으면 이구동성으로 같은 대답이었다. 23년 4월 현재 구글에 "Uganda"라고 검색하면 상위권에 모든 기사도 이에 관련된 후속 기사였다. 반동성애법은 우간다 사회에서 성소수자를 불법으로 규정함을 넘어, 성소수자로 밝혀진 사람들과 이를 조장, 방조한 모든 대상을 처벌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이 제정될 경우 동성애자, 양성애자, 성전환자 등 성소수자로 밝혀지거나, 동성애를 조장, 방조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한다. 성소수자 당사자뿐만 아니라 친구, 가족, 지역 사회 구성원들은 동..

흙집 짓고 사는 마사이족도 핀테크 기술로 물건을 판다

아프리카 시장을 떠올려 보자. 상인들이 길거리에 쭈그리고 앉아서 꾸깃꾸깃한 현금으로 농산물을 거래하는 모습을 떠올리는가? 혹여나 물물교환이라도 할 것 같은가? 내가 나이로비에서 본 모습은 그렇지 않았다. 나이로비 내 빈민가인 키베라(Kibera) 지역을 방문했을 때다. 빈민가 지역에서 외국인을 상대로 금품 갈취가 많다고 해서 현금을 들고 가지 않았다. 동네를 돌아다니다 보니 날이 더워서 그런지 목이 말랐다. 현금을 들고 오지 않아서 구멍가게에서 생수를 구입할 수 있을까 망설였다. 그러나 잠시 후 길가에 구멍가게를 보는 순간 나의 걱정은 의미 없음을 알 수 있었다. 매우 열약한 빈민가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구멍가게와 좌판에는 엠페사(M-pesa)로 돈을 받는다는 안내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뿐만인가? ..

완벽한 영어 구사에 대한 집착

해외 영업 업무를 하다 보면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통화와 이메일 교신을 영어로 한다. 나는 외국어 공부를 좋아했다. 학교 다닐 때부터 국·영·수 중에서 영어를 제일 좋아했고, 대학교도 어문학과에 진학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영어 시험에 대해서는 별다른 거부감이 없었고, 공인시험을 봐도 만점 가까운 점수가 매번 나왔다. 어디를 가나 줄곧 영어를 잘하는 축에 속했었다. 그런데도 내 마음속 한편에는 늘 원어민과 같이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이는 원어민 같은 억양과 발음, 토씨 하나 틀리지 않는 문법에 대한 집착이 있었다. 영미권 국가에서 살다 온 친구들은 늘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누군가는 너 정도 하면서 기만아니냐 할 수 있겠지만, 내게는 늘 있는 마음속 결핍이었다. 이런 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