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생각들

세상 산다는 것은 다 그런 것 아닐까?

Oh Ali 2023. 9. 7. 21:20

학교 다닐 때 나보다 공부도 더 잘하고 대학도 더 잘 간 친구가 있다. 그 친구가 자랑이 심하기도 했고, 내 자신이 워낙 시기 질투가 많은 성격이라 속으로 많이 미워했었다. 시간이 지나 거의 10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보면 그 친구보다 내가 더 잘 풀린 것 같다. 누가 더 잘 풀렸다는 이런 것을 내가 뭐라고 평가하겠냐 만은, 나는 흔히 말하는 더 잘 알아주는 곳에 일찍이 취업해서 자리 잡고 살고 있는 그 친구는 전문직 자격증 시험을 몇 년 준비하다 실패하고 인제 와서 취업을 준비한다고 들었다. 건너 듣기로 전문직 자격증 시험 준비만 하느라 취업 준비가 안 되어 현재 열심히 처음부터 하고 있다고 들었다.

대학 때 친했던 동아리 선배 중에 본인은 여자로서 결혼은 손해라며 절대 결혼하지 않고 독신으로 멋지게 살 것이라고 말하고 다니던 선배가 있었다. 한참 젠더 갈등이 극도에 오르고 성평등 운동이 사회를 휩쓸 무렵 그 선배도 그런 이슈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활동하던 사람 중 하나였다. 얼마 전 그 선배로부터 모바일 청첩장을 받고 속으로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도통 소식도 없다가 어떻게 갑자기 결혼하게 된 것이냐 물었다. 너무 좋은 사람을 만났고, 주변에 한둘씩 결혼하니 본인도 해야겠다 마음먹었다고 했다.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 알게 된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20년 전국적으로 집값이 한창 오를 때 수도권 신도시에 집을 샀다. 사회 초년생이 무슨 돈이 있겠는가? 그 친구 부모님도 보태주고 본인도 무리하여 대출받아서 집을 샀다. 집값은 한두 해 상승세를 이어갔고, 오르는 집값만큼이나 그 친구 입꼬리도 올랐다. 볼 때마다 집값 불패라며 지금이 막차라는 둥 집을 사지 않은 나 자신을 불안하게 했다. 2023년 지금은 어떠한가? 수도권 신도시부터 집값은 연일 내려가고 있다. 금리도 올라 현재 머릿속으로 어림잡아 계산하였을 때 본인 월급 대부분을 대출 이자로 쓰고 있을 것이다. 이후 그 친구의 재테크 훈수는 들을 수 없었다.

세상 산다는 것이 다 그런 것 아닐까? 현재 누가 더 잘 되고 좋은 위치에 있더라도, 5년 10년 후에 어떻게 되어있을지 모른다. 지금 내 옆에 있는 누군가 나보다 더 잘 나가는 것 같고, 재물 복이 더 많은 것 같고, 인생이 술술 풀리는 것으로 보이지만 몇 년이 지난 후에 어떻게 바뀌어 있을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따라서 시기하거나 질투하거나 자랑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내 나이가 30이 아직 안되었으니 오래 산 것은 아니다. 다만 지금까지 살면서 느낀 바로는 사람 팔자 몇 년 사이에 뒤집히기 일쑤다. 하물며 80살 90살까지 사는 인생 앞으로 얼마나 많은 반전과 서사가 있을까?

앞서 말한 전문직 준비에 실패하고 취업 준비를 하는 친구는 좋은 직장에 들어가 능력을 인정받아 직장에서 승승장구할 수도 있는 것이다. 비혼주의였던 선배는 결혼 생활을 해보다가 비혼주의가 맞았음을 확신하고 싱글로 돌아올 수도 있는 것이다. 무리해서 집을 사서 고생하고 있는 친구는 집값이 다시 반등하고 금리가 내려 다시 입꼬리가 올라갈 수도 있다. 산다는 것은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이니까.

우리가 지금을 살아가면서 할 것은 현재에 주어진 나 자신에 최선을 다하고, 선택의 기로에 놓였을 때 내가 믿는 최선의 선택을 하고, 운도 함께 따라주기를 바라는 것 같다. 원하는 데로 살 수는 없다. 알 수 없는 내일이 있기에 설레면서 한편으로는 두려운 것이 그것이 사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