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전문가 파견) 동아프리카/지부티

미군과 중국 인민해방군 기지가 단 10km 떨어져 있는 나라

Oh Ali 2023. 3. 29. 08:50

지부티는 우리에게 매우 생소한 국가이다. 많은 이들은 지부티라는 나라를 처음 들어보기도 했을 것이다. 우리에게 생소한 그 이름과는 다르게, 이 나라는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에 위치하여 세계 열강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아래 지도를 보면 지부티는 홍해와 아덴만을 연결하는 길목에 위치한 것을 볼 수 있다. 이곳은 세계 물동량의 20%가 지나는 통로이며, 아시아와 유럽을 오가는 대부분의 상선들이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길목이다.

지부티의 전략적 위치 (출처 : Encyclopedia Britannica)

지부티는 국토 면적도 작으며 지하자원도 없다시피 하다. 국토 대부분은 사막으로 농사를 짓기도 어렵고, 인구는 대략 100만 명밖에 되지 않아 산업을 발전시키기도 어려운 조건이다. 이런 지부티는 자신들의 전략적인 위치를 활용하여 여러 국가의 주둔군과 관련된 파생 산업과 동아프리카 관문인 지부티 항을 통한 물류업이 국가 주력 산업이다. 외국군 주둔은 지부티 정부 수입에서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미국 의회조사국(CRS, 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의 2022년 보고서에 따르면, 지부티는 연간 1억 2,500만 USD의 기지 사용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간 지부티 정부 수입이 6억 1,500만 USD인 점을 고려하면 매우 큰 비중이다.

 

지부티에는 현재 4개국 군이 준둔 있다

지부티 내 주둔중인 군기지 요약 (자체 편집)

미군은 오래전부터 지부티에 공을 들여왔다. 2001년 이슬람 무장 테러단체인 알카에다가 미국 본토에 테러 공격을 감행한 이후, 미국은 해외에서 대테러 작전을 강화하기로 결단을 내린다. 이렇게 아프리카 뿔 합동작전군(CJTF-HOA, Combined Joint Task Force-Horn of Africa)이 탄생하게 되었다. 아프리카 뿔 합동작전 군은 이름과 같이 아프리카 뿔 지역인 소말리아, 소말릴란드, 에리트레아, 에티오피아, 지부티에서 대테러 임무와 우방국들의 이권 보호라는 명분으로 창설되었다. 한국도 연락장교를 미군 부대에 파견하여 에덴만에서 해적 소탕 활동을 펼치고 있는 청해부대를 지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프랑스군의 역사는 지부티의 프랑스 보호령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7년 지부티가 프랑스로부터 독립된 후에 양국은 임시 의정서 (Provisional Protocol)을 맺었고, 이를 근거로 프랑스군은 지부티에 계속 주둔하게 되었고, 지난 2014년 양국은 프랑스군 주둔과 관련된 협의를 다시 하여 지금까지 주둔해오고 있다. 프랑스군은 이곳을 본거지로 아프리카에서 군사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일본 자위대는 원래 미군과 연합하여 이곳에서 해적 소탕 활동을 펼쳤다고 한다. 그러던 2009년 일본 외무성은 지부티 외교부 장관과 자위대 기지 설립을 위한 협정을 맺고, 자위대 자체 기지 설치를 추진, 2011년에 자위대 최초의 해외기지로 문을 열었다. 최근 일본 방위성은 해적 소탕 임무가 끝난 이후에도 영구적인 자위대 해외기지로 운영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비교적 최근에 지부티에 터를 잡았다. 인민해방군의 본격적인 지부티 주둔 관련 협의는 2015년에 시작되었다. 2016년에 협의가 완료되었고, 같은 연도에 인민해방군의 해외 두 번째 기지 건설의 첫 삽을 떴다. 본격적인 군사 활동은 2017년부터 시작되었다


중국은 해당 기지가 소말리아 해적 단속, 평화유지활동 협력, 인도적 지원과 재외국민 보호를 위해 설립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갈수록 늘어나는 중국 인민해방군의 해외 활동을 지원하는 전초기지로 보는 평가가 많다. 중국의 지부티 기지 설립에 대해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는 대놓고 불쾌함을 보여왔다.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미국이다. G2로서 중국을 견제 중인 미국 입장에서는 오랫동안 공들여온 땅에서 중국 인민해방군 기지가 턱 밑에 세워지는 것에 큰 경계를 하고 있다. 2014년 지부티가 중국과 항구 사용협정을 맺고, 2015년도에 지부티 주둔 관련 협의가 진행되는 단계에서부터 미국 정치권은 중국의 지부티 주둔에 강한 우려를 표해왔다. 기존 아프리카와 중동지역 안보 판도를 구축해온 미국의 입장으로서는 중국과의 불편한 동거는 무조건 피하고 싶을 것이다.

일본도 중국의 지부티 기지 운영에 불편하다는 입장이다. 일본은 센카쿠 열도로 중국과 영토분쟁을 겪고 있고, 동북아시아에서 중국과 안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경쟁적인 관계 중국이 자국의 군사기지 코앞에 군사기지를 건설한다고 하니 반길 리가 없다. 현재 일본 자위대는 지부티 내 기지를 확대, 영구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움직임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보고 있다.

프랑스도 중국의 운영이 달갑지는 않은 모양이다. 2019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스마일 오마르 겔레 지부티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지부티 내 중국 군사 기지가 운영되고 있는 점에 대해 "단기간에는 좋아 보일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좋지 않을 수 있다"라며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바다 건너 인도도 해당 기지 건설에 경계하고 있다. 인도는 중국의 지부티 기지 건설의 주요 목표는 중국의 인도양 진출이라고 보고 있다. 인도는 중국과 영토분쟁을 겪고 있고, 인도양에서 일대일로 정책과 함께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그러는 와중에 2021년 한 언론은 인도가 인도양 외딴 섬에 해군기지를 건설하고 있다고 보도 한 바 있다. 인도는 즉각 군사용임을 부인하였지만, 전문가들은 이 시설이 중국의 인도양 진출을 경계하기 위한 군사기지라 보고 있다.

지부티 내 최대 몰인 Bawadi Mall에 가면 실제로 여러 나라의 군복을 입은 군인들을 볼 수 있다. 다국적 사람들이 주둔하고 있어서 그런지 식료품 칸에 가면 아시아를 비롯해 다양한 나라의 식료품들이 진열된 것을 볼 수 있다. 강대국들의 깃발을 팔목에 차고 다니는 군인들이 한곳에 모여있는 장면이 참 신기하다.

각국의 군기지 위치 (출처 : Google Map, 자체 편집)

국제정세는 복잡하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 각국은 자국의 이권을 지키기 위해 치밀하게 경쟁하고 있다. 지부티는 세계열강들에 있어, 아프리카와 인도양 패권을 쌓기 위한 전략적인 거점이다. 지부티는 각국과 10, 20년을 단위로 군기지 주둔 관련 협정을 맺는다. 그 말인즉 협정이 갱신됨과 동시에 병력을 축소할 수도, 늘릴 수도, 혹은 철수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현재 각국은 치밀한 이권 계산을 하며 지부티 내 군사 기지를 어떻게 운영할지 고심하고 있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앞서 언급한 4개 국가 외에도 러시아, 인도도 지부티에 군사 기지 설립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부티는 10년후에 어떤 모습일까? 중동 아프리카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매우 궁금하다.

 

[자료출처]

https://crsreports.congress.gov/product/pdf/IF/IF11303/5

https://www.cfr.org/backgrounder/french-military-africa

https://www.dw.com/en/japan-to-expand-djibouti-base-despite-decline-in-piracy/a-46356825

https://www.washingtonpost.com/world/africa/in-strategic-djibouti-a-microcosm-of-chinas-growing-foothold-in-africa/2019/12/29/a6e664ea-beab-11e9-a8b0-7ed8a0d5dc5d_story.html

https://timesofindia.indiatimes.com/india/what-chinas-military-base-in-africa-means-for-india/articleshow/96059018.cms

https://www.aljazeera.com/opinions/2021/8/5/why-is-india-building-a-military-base-on-agalega-island

https://ecfr.eu/article/chinas-new-military-base-in-africa-what-it-means-for-europe-and-america/

https://www.reuters.com/article/us-djibouti-france-idUSKBN1QS2Q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