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전문가 파견) 동아프리카/에티오피아

에티오피아 농산물 거래 플렛폼 ECX

Oh Ali 2023. 3. 25. 09:41

농업은 개발도상국 경제에 있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미국 국제개발처 (USAID) 자료에 따르면 에티오피아 전체 GDP의 40%, 수출의 80%, 고용의 75%를 농업이 담당하고 있다고 하니, 그 중요성은 이루 말할 것이 없다.
 
이런 농업이 국가 경제 발전에 중요한 축으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농가는 생산한 농산물에 대해 적합한 대가를 받아야 할 것이고, 합리적이고 포괄적인 농산물 유통망이 필수적일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에티오피아에서 탄생한 농산물 거래 플렛품이 ECX (Ethiopia Commodity Exchange)이다.

아디스아바바 시내에 위치한 ECX 본부 건물과 사무실 내부

ECX는 농가와 구매자 간 투명하게 상품을 거래할 수 있는 하나의 플랫폼이다.  ECX는 2008년 세계은행(World Bank) 이코노미스트 출신 엘레니 가브레-마드힌(Eleni Gebre Medhin) 주도로 민관 합작하여 설립되었다. 당시 수많은 농민들은 생산한 농산물을 제값에 팔지 못하거나 대금을 받지 못하여 가난에 시달리고 있었고, 시장의 구매자들 또한 농산물의 품질에 대한 불신으로 농산물 유통 시장 전체에 문제가 있었다고 한다. 
 
에티오피아 출신인 엘레니 가브레-마드힌은 다양한 국제기구에서 농업 관련하여 연구를 진행하였는데, 자국의 농산물 유통시장에 전반적인 문제점들을 타파하기 위해 투명하고 공정한 거래 플랫폼인 ECX를 고안하였다고 한다.
 
ECX의 일반적인 운영 방식은 다음과 같다. 농산물 판매자는 판매할 농산물을 지역별로 있는 지역 창고 (Regional Warehouse)로 옮긴다. 이곳에서 ECX는 자체적인 기준을 가지고 농산물의 품질과 무게를 측정하고 판매되기 전까지 보관한다. ECX가 직접 농산물 품질과 무게를 측정하니, 구매자 입장에서도 농산물에 대한 신뢰성을 가질 수 있다. 여기서 판매자는, 농가가 직접 될 수도 있고, 지역별 영농조합이 될 수도 있다. 구매자도 수출업자, 가공업자 등 다양하다.

그 다음에 판매자는 ECX 거래소에 직접 가서 판매하고 싶은 가격을 입찰 시스템에 입력한다. ECX에서 매주 각 농산물별 적정 판매가격 범주를 안내하고 있으니, 이 범주 내에서 가격을 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동시에 농산물 구매자는 구매하려고 하는 제품, 수량, 품질 등급을 확인하고 구매하고 싶은 가격을 시스템에 입력한다. 만약 생산자와 구매자가 희망하는 가격 수준이 맞으면 스팟으로 즉시 계약이 체결되는 것이고, 가격 수준에 차이가 있으면 양측이 조정해 가며 가격대가 맞추어져 거래가 이루어진다. 입찰은 꼭 입찰장 현장에서만 가능하며, 온라인으로 원격 참여는 불가하다고 한다. 

ECX 상품 거래 현황판, 입찰장, 홍보 팀장님

ECX는 농산물 구매자가 입찰에 참여하기 전, 입찰에 참여하여 대금을 지불할 충분한 자금 여력이 있는지를 확인한다. ECX는 에티오피아 내 주요 은행들과 업무 제휴를 맺고 있고, 이를 통해 구매자의 자금 여력을 확인한다고 한다. 생산자와 구매자 간 낙찰이 이루어지는 바름 다음 영업일 날 대금은 생산자에게 송금된다. 이로써 생산자는 판매한 농산물 대금을 못 받는 리스크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ECX 홍보팀장님께서 말씀하신 ECX 운영의 핵심은 '보증'이라고 한다. 판매자에게 있어서는 적정 가격에 농산물을 판매하여 제때 대금을 받을 수 있다는 보증이 되고, 구매자에게는 품질과 무게가 확인된 농산물을 적정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보증이 된다는 것이다.

시스템상에서 생산자와 구매자 정보는 일체 알 수가 없다. 입찰 시스템에 접속하는 판매자와 구매자는 자신을 들어내거나 지칭하는 명칭을 사용할 수 없다. 더불어 가격 담합 방지를 위해 ECX 거래소에 드나드는 사람들 간 접촉도 엄중하게 감시하고 있다. 다만 거래소 밖에서 가격 담합을 하면 어떻게 하지 하는 생각이 들어, 이런 경우 어떻게 하는지를 ECX 홍보팀장님에게 물었으나, 그러면 자신들도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완벽해 보이는 시스템에도 한계점이 있는 것이다.

또 한 가지 한계점은 구매자가 농산물 실물을 직접 보지 못한다는 점이다. 상품 거래는 오직 익명으로 시스템상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구매자는 농산물 실물을 확인하고 구매하지 못한다. 이에 따라 많은 구매자는 ECX를 떠나 농가와 직거래로 거래 방식을 바꾸었다고 한다. ECX에서 농산물의 품질을 검증한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입찰에서 낙찰받은 등급과 다른 등급의 제품을 받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이렇게 ECX를 통해 거래되는 농산물은 총 11가지이다. 이는 커피, 참깨, 팥, 흰강낭콩, 녹두, 병아리콩, 대두, 밀, 옥수수, 핀토빈, 흰나무콩이다. 농산물별 거래된 가격과 수량은 모두 ECX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