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전문가 파견) 동아프리카/에티오피아

공식 환율과 암시장 환율이 거의 2배 차이 나는 나라

Oh Ali 2023. 3. 26. 23:05

에티오피아는 높은 수입 의존도, 내전, 해외 거주 에티오피아인의 외환 송금액 감소로 심각한 외화 부족을 겪고 있다. 에티오피아 중앙은행(NBE, National Bank of Ethiopia)은 2022년 3월 에티오피아의 총 외화 보유액이 16억 불이라고 발표하였는데, 그 이후에 지속해 감소하였는지 외화 보유액을 이어서 발표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세계은행 (WB, World Bank)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에티오피아는 2달 치 수입액에 해당하는 외화 보유액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현재는 이때보다 더 상황이 좋지 못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고 한다.

에티오피아는 시장변동 환율이라기보다는 관리변동환율을 채택하고 있다. 관리변동환율이란 고정환율제와 변동환율제의 중간 형태로서 각국이 적정하다고 판단하는 수준에서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 중앙은행이 외국환시장에 개입하는 제도이다. 즉, 에티오피아 중앙은행이 적정하다고 판단하는 수준에서 환율을 조정한다는 의미이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점진적으로 현지화를 평가 절하해오고 있는데, 아래 ETB (에티오피아 비르) 대 USD 환율 차트를 보면 5년 전과 비교했을 때 지속해 하락한 것을 볼 수 있다. 정부는 수출경쟁력 확보와 수입 억제를 위해 지속해 자국 화폐 평가절하 조처를 하고 있다고 하나, 평가절하의 여파가 에티오피아 경제에 단지 긍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2018년3월~2023년3월 ETB/USD 환율 변동 (출처 : Google Finance)

이러한 평가절하 조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장에서는 에티오피아 비르의 가치가 과대 평가되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점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암시장 환전이다. 2023년 3월 기준으로 USD/ETB 공식 환율은 1 USD대 53~54 ETB 수준이었다. 이는 은행, 호텔, 카드 결제 등을 사용할 때 적용되는 환율이다.

반면 동일 기간 암시장 환율은 1 USD대 90~110 ETB 수준이었다. 에티오피아 정부에서 암시장 환전을 엄격하게 단속하고 있으나, 관광객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일부 영업장과 암시장 환전소에서는 버젓이 환전해주고 있었다.

쉽게 말하면 같은 100 USD를 가지고 왔을 때, 공식 환율을 적용하여 환전할 경우, 5,400 ETB를 받을 수 있지만, 비공식적인 암시장 환율로 환전할 경우 거의 두 배에 해당하는 11,000 ETB 까지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외화를 가지고 들어온 외국인 입장에서는 같은 돈을 환전했을 때 거의 두 배만큼 돈을 더 주니 암시장 환전의 유혹을 떨치기가 어렵다.

에티오피아 중앙은행(NBE)에서는 지난 몇 년간 암시장 환전에 대해 엄격하게 단속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암시장 환전에 관여한 사람들이 발각될 경우, 모든 금융 계좌 거래 정지와 같은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신고 포상제도 같이 운용한다고 한 바 있다.

그런데도 암시장 환전은 에티오피아 내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례로 처음 아디스아바바에 도착하여 현지 화폐가 없어 호텔 식당에서 밥을 먹고 달러로 계산하려고 하니, 식당에 있던 한 현지인이 자신이 인터넷에 나온 공식 환율보다 잘 쳐줄 테니까, 자신한테 달러를 팔고 현지 화폐로 지불하라고 권유할 정도였다. 이처럼 비공식적인 환전은 에티오피아 사회 내 모두가 알고 있고 곳곳에 퍼져있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암시장에서는 왜 거의 두 배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외화를 사고 있는 것일까? 공식 환율이 존재하기는 하나, 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은행에서 달러를 사기가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더욱이, 현지에서 사업을 하거나 외국으로 돈을 옮겨야 하는 경우에도 현지 화폐를 가지고 가는 것은 의미가 없기에, 더 비싼 값을 주고라도 달러를 구매하고자 하는 수요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국제통화기금 (IMF, International Monetary Fund)는 2022년 리포트에서 에티오피아에 비르화 평가절하 및 변동환율 도입을 촉구한 바 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에티오피아 정부는 ETB/USD 환율을 지속해 평가절하해 오고는 있으나, 지금도 ETB가 과대 평가되어 있다는 해석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선뜻 과감한 평가절하와 변동환율제 도입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자국 화폐를 평가절하할 경우 자연스럽게 수입품에 대한 가격 부담이 심해질 것이고, 이는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리랑카는 2022년 초인플레이션을 경험한 이후 시민들의 정권 타진 시위가 벌어졌고, 정권이 축출 되었다. 에티오피아 정부 관료들의 머릿속에도 이러한 우려와 계산 있어 선뜻 과감한 평가절하와 변동환율제 도입을 주저하고 있을 것이다.